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를 의식, 전의식, 잠재의식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의식이란 사람들이 인식하는 모든 사상과 감정, 지각을 말합니다. 우리가 현재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 모두 의식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전의식은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불러올 수 있는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의미합니다. 어릴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누구인지,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등과 같은 정보들은 모두 전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잠재의식은 어느 순간 나타났다가도 사라지기도 하는 신비의 영역입니다. 잠재의식은 심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간 심리 가운데 가장 주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의식을 비율로 따지면, 의식과 전의식의 비율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가 모두 잠재의식이라고 합니다.
잠재의식과 의식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모두 잠재의식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고 행동하게 하는 것은 잠재의식의 영향이 큽니다. 처음엔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 조금씩 녹아들며 현실 생활 속의 나를 점차 잠재의식과 가깝게 만들어갑니다. 잠재의식 속에는 의식과 전의식에는 없는 훨씬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도덕적 윤리를 배반하거나 비이성적인 행동들도 잠재되어 있습니다.
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모두 잠재의식 속으로 넣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한 잔잔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잠재의식이 이러한 것들을 감당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잠재의식 속에 부정적이고 암울한 것들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면 의식의 영역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럴 경우 심리적인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 심리적 질병의 근본 원인은 모두 잠재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잠재의식은 때론 의식이 하는 역할처럼 감각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해석하거나 수정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망막에는 맹점이 있는데, 어떤 물체의 모습이 맹점에 닿으면 우리는 그 물체를 눈앞에 빤히 두고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상태에서는 맹점을 느낄 수 없는데 이 이유는 대뇌가 맹점 주위에서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맹점으로 인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 넣기 때문입니다. 맹점을 메꾸기 위해서 우리의 눈동자는 매초 단위로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이를 미소안운동(microsaccades)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우리의 시선은 상대의 얼굴 안에서 이리저리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눈동자를 제어하는 6개의 근육에 의해 일어나는 이 운동은 매우 미세하고 빠르기 때문에 특수 기기의 도움 없이는 측정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잠재의식과 의식의 차이
잠재의식은 감각기관이 전달하는 정보를 해석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 보는 빛, 느끼는 감촉 등 모두 잠재의식을 거쳐 우리에게 인식됩니다. 만약 이런 역할을 하는 잠재의식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세상은 뒤죽박죽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의식은 잠재의식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잠재의식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의식할 수 없게 됩니다.
잠재의식은 의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정보를 먼저 예측하며 탐지합니다. 만약, 받아들인 정보에 의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면 즉각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잠재의식입니다. 잠재의식은 순간적으로 이상을 감지하고 빠르게 반응합니다. 이에 반해, 의식은 잠재의식보다는 느리지만 주변 상황을 꼼꼼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종종 잠재의식으로 인한 착오를 바로잡기도 합니다.
잠재의식은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현실에 보다 충실합니다. 반대로 의식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줄 압니다. 의식은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유하지만, 잠재의식은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휴식을 취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유혹합니다. 우리는 의식과 잠재의식의 끊임없는 충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듣더라도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으려 하고, 머릿속을 스쳐 가는 이런저런 생각들도 의식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잠재의식에 의한 것으로, 잠재의식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힘이 든다거나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에 반해 의식은 수동적으로 상황을 일일이 분석하고 판단해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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