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면 뿌리는 대로 거둔다'라는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받으면 그에 맞는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호의를 호의로 갚으려 합니다. 비교적 작고 소소한 호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서 잊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큰 선물을 받았을 때는 보답에 대한 의무감이 상당히 오래갑니다. 이러한 의무감은 때론 문화적 차이와 지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국가 간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 예시로 1985년 에티오피아와 멕시코 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1985년 에티오피아는 수년에 걸친 가뭄과 내전으로 매우 궁핍하고 혼란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같은 해 지진이 발생한 멕시코에 에티오피아의 적십자 회원들은 5000달러를 보냈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가 이런 놀라운 행동을 한 이유는 1935년 에티오피아가 이탈리아에 침공당했을 때 멕시코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보답하려 한다.
우리 사회는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서 오랜 시간 서로 이득을 주고받아온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릴 때부터 상호성의 원칙을 신뢰하고 따르도록 교육받아 왔습니다. 받기만 하고 내주지 않는 사람은 배은망덕한, 파렴치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사회적인 비난을 받곤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되지 않게 지속해서 노력하게 되고, 때론 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 간의 상호성은 타인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써 이용될 수 있습니다. 단번에 거절당할 법한 요청에도 '네'라는 응답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작은 호의라도 베푸는 것은 상대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도, 선물을 받은 고객들이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화장품 가게에서 주는 공짜 샘플, 마트의 시식코너 모두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한 마케팅 방법의 하나입니다. 공짜 샘플을 나눠주고, 공짜 시식을 권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부채 의식과 의무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부채 의식과 의무감은 사람들에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품이더라도 구매할 확률을 높여줍니다. 세계적인 방문판매 회사 암웨이(Amway)사에서도 이 전략을 사용했었습니다. 암웨이는 여러 제품을 특별 제작한 상자나 비닐봉지 등에 담아 고객에게 한번 사용해 보라고 권하며 24~72시간 맡겨두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공짜 샘플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고객에게 부채 의식과 의무감을 심어주며 구매율을 효과적으로 높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호의에 대해 그와 유사한 정도와 방법으로 호의에 보답하려 합니다. 하지만, 때론 작은 호의로부터 시작된 의무감이 훨씬 더 큰 보답을 끌어내는 것처럼 불공평한 교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처음 호의를 제공하는 사람은 마음만 먹는다면 호의에 대한 보답의 형태까지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이런 불공평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호성의 원칙은 양보에도 작용한다.
호의에 관해 호의로 보답해야 한다는 것처럼 우리는 양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우리는 때론 한 조직에 속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기도 합니다. 이 협력의 과정에서 서로에게 불편을 주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양보하면 상대도 양보할 것이라는 상호성의 원칙이 작용하여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터무니없이 극단적이라면 그 효과는 떨어집니다. 상대에게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요구는 양보하더라도 진실해 보이지 않고, 상대의 양보를 끌어낼 확률도 매우 낮다고 합니다. 따라서,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방법은 첫 번째 요구를 적당히 무리한 것으로 제안한 후, 상대와 양보를 주고받다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끌어내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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